10.20.2011





남산 로망

87번 버스를 타고 한강 위를 달릴 때 오른쪽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으면
어떤 날은 생일축하 모자같고, 어떤 날은 크리스마스 트리같은
남산이 보인다.

아래는 한강 물, 위에는 남산, 그 가운데는 버스를 타고 달리는 나.

이렇게 가운데 껴서 멍하니 한 20초 정도 바라보고 있으면
가슴이 왈랑왈랑 거리는게 숨이 턱 하고 막힌다.
"남산 가고 싶다."
막상 가면 항상 별거 없고, 그것도 산이라고 힘이든다. 
남산은 이렇게 왈랑왈랑하며 바라보는게 좋다.

보면, 남산은 크리스마스 같다.

크리스마스는 항상 기다려지고 생각만해도 기분 좋고
로맨틱한 분위기가 마음에서 맴맴 거리는데.
남산도 볼 때 마다 설레고 왈랑거리고 기분 좋고
로맨틱도 하고 손가락이 떨리는데.
둘 다 막상 그 날이 오고, 타워에 오르면 별거 없다.
크리스마스도 디데이를 기다리는 이브가 더 떨리고
남산도 가까이서 보는 불빛보다 멀리서 보는 불빛이 더 아름답다.

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게 있는거다.